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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31 예배당 10

예배당

diary/예배/나눔 2008. 1. 31. 08:23
예전 우리 시골은 예배당이 없어 동사무소를 빌려 예배를 드리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여기저기 전전하며 예배를 드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배를 드리던 중..우리 고향으로 이사를 오신 어머니의 먼 친척 동생이 계셨어요..나중에는 바로 윗집 아랫집 가깝게 살면서 그 친척집과 참 친하게 지냈는데..그 동생분이 참 열정적인 신앙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어머니에게 신앙적인 면에서 참 많은 도움을 주셨던것 같아요.


어느날인가 예배처소가 없는 시골교회를 위해 그 동생분이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누님..교회를 지으면 참 좋을것 같은데..어디 마땅한 장소가 없을까요?" 그러자 어머니는..
"그럼..내가 묵혀둔 밭이 있는데..거긴 어떤가?"
"어? 정말이요. 누님? 그 밭이면 정말 좋은 장소지요.."


그렇게 해서 맨 처음 우리 고향에 교회가 지어지게 되는데.. 어머니가 묵혀둔 밭은 우리 부모님이 호적에 올려서 키워주신 첫째 오빠가 결혼하면 주실려고 사놓은 땅이었습니다. 그 밭 주변으로 그 오빠가 결혼할 신혼집도 사놓으셨는데..  그 밭 말고도 오빠가 결혼하면 먹고 살수 있는 다른 밭들도 있기에 어머니는 동네의 바로 중앙에 위치하고 초등학교도 가까운 그곳이 위치적으로 아주 좋아서 그렇게 선뜻 밭을 내놓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는 목수 아저씨를 불러서 몇명 안되는 교인들이 열심히 도와서 시골교회가 지어졌습니다..처음에는 마루바닥에 방석을 깔고 예배를 드렸는데 얼마나 좋았는지..그렇게 작게 교회를 시작했는데..교회에서 주일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자 차츰 동네에 소문이 나서 온 동네 아이들이 거의 교회에 출석을 하였습니다.


부모의 반대나 혹은 흥미를 못느껴 교회를 안다니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모두 교회를 다니게 되자..주일날이면 심심하여 나중에는 온 동네 아이들이 모두 교회를 왔습니다. 몇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교회가 얼마나 부흥이 되는지.. 그때 어머니는 정말 감사했다고 합니다.


주일학교가 부흥을 하게 되자..다시 넓은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이 교회를 다니면서 부모들을 전도하게 되었고 동네 사람들도 하나둘씩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였던 거지요. 주위 친척들도 아이들이 교회를 열심히 다니게 되자..작은집의 작은 어머니가 친척 어른분들중 처음으로 교회에 나오시게 되었고..우리 시골 교회는 그렇게 점점 부흥이 되어 교회 안다닌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주일이면 예배당이 꽉 차기 시작했습니다..


큰 예배처소가 절실히 필요해지면서..어머니는 교회분들과 의논하여 다시 교회 주변 땅을 내놓으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말로는 나중에 혹시 필요하면 쓰기 위해서 사둔 것이었는데 그게 교회건축을 위해 쓰여질 줄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그저..거느린 식솔들이 많다보니..아버지가 벌어주시는 돈을 가지고 땅을 사놓으셨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그게 우리땅인줄도 모르고 여지껏 살았습니다. 어머니가 열심히 교회일을 하시는것만 알았지 어떤 마음으로 그 일들을 하셨는지..얼마전에야 자세히 알게 된 참 한심한 딸이었습니다. 교회가 부흥이 되자 먼저 지었던 예배당은 주일학교 예배를 위해 교육관으로 사용하기로 하고..다시 또 크게 교회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작은 사이즈가 아닌 좀 큰 건물이어서 도시에서 건축업을 하시는 고향출신의 목수아저씨가 다시 오셔서 교회를 짓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교회 사택까지 짓는 대대적인 공사가 펼쳐졌습니다. 많은 교회분들이 교대로 시간을 내서 헬퍼를 하셨고..중학생쯤 되는 아이들은 방과후면..벽돌나르기부터 여러가지 잡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예배당이 세워지고..사택이 완공되었습니다. 이번엔 방석을 깔고 예배드리지 않고 긴 장의자가 들어가는 큰 예배당이었습니다..아담한 유아실도 있고 사방 유리창을 만들어 빛이 잘 들어오는 참 이쁜 예배당이었습니다..예배당이 건축되자 우리 어머니의 감격은 이루 말할수 없었던것 같아요..


어머니 말을 빌리면..아버지께서 슈퍼를 운영하신 관계로 물건을 쉽게 주문할 수 있었던 어머니가 헌금함을 주문하여 사다놓으면 헌금함 값이 헌금으로 들어오고..거울을 사다 걸어놓으면 거울값이..그렇게 어머니가 사놓기만 하면 교회분들이 서로 다퉈가며 헌금을 했다고 합니다.


어느날은 동네사람들이 어머니가 치신 뎅그렁하는 새벽종 소리가 시끄럽다고 말들을 많이 해서..서울로 일보러 가시는 전도사님께 촤임벨을 부탁해서 사왔는데..그 촤임벨 값도 헌금으로 들어왔다며.. "그때 참말로 감사했지.. 우리 하나님 아버지가 얼마나 멋있는지 아느냐..그런 자잘한 얘기하려면 끝이 없다.." 며 신나서 얘기해주셨습니다.


예배당을 재건축한  이야기들은..제가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잘 몰랐었는데..어머니께서 최근 얘기를 해주셔서 자세히 알게 되었지요.  지금 제가 적는 글은 정말 간단하지만.. 어머니가 그 많은 농사와 집안일들을 감당하시면서 교회일까지 솔선수범하신걸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얼마나 부지런하신 분인지 그냥 느껴집니다. 지금도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 어머니의 손 힘이 얼마나 쎄신지 모릅니다. 그런 어머니의 부지런함을.. 그 열정을.. 제가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하신 어머니는 늘 토요일이면 교회에 청소하러 가셨습니다. 그때 큰 언니가 아픈 휴우증으로 시골에서 함께 살았었는데.. 큰 언니와 함께 두분이 매주마다 주일예배를 위해 교회 청소를 하셨습니다. 바빠서 늘 뛰다시피 걸어다니셨던것을 기억합니다..저는 뭐했냐구요? 저는 늘 가게에 잡혀있었어요..^^; 그것도 큰 일이라..내가 집안일 덜어주는게 좋다며 나한테 가게 보는 일을 맡겨놓고..큰언니랑 늘 그렇게 팀이 되어 교회일을 보러 다니셨지요.


가만 보면 우리 아버지는 평생 밖으로만 다니셔서 농사를 어떻게 지으실줄도 모르셔서 농사일은 어머니가 부탁하는 일만 해주신 듯 합니다. 가끔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논밭에 농약통을 매고 약을 치러 다니시고 집을 관리하신거 외에는..그래서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위해 슈퍼마켓을 운영하게 해주신듯한데..어머니가 참 지혜로우셨다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크게 싸울줄도 모르고..과묵한 아버지에 상냥하고 부지런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저는 꼭 우리 부모님처럼 제 남편과 닭싸움 정도만 하면서 알콩달콩 잘 사는것 같습니다.^^




Posted by 에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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